
네오 시대극 작품 '무한의 주인'을 연재 중인 만화가 시무라 히로아키 씨. 이전 홈페이지 프리토크에서도 한 차례 다뤘을 만큼 좋아하는 만화가 중 한 분인데, 시무라 씨가 또 다른 잡지에서 그리고 있는 만화가 바로 오늘 이야기해볼 '블러드 할리의 마차'이다.
일단 이 작품이 연재되고 있는 건 '만화 에로틱F'라는 초 마이너 잡지인데, 잡지컬러 자체는 모닝과 에프터눈 출신 작가가 많은 만큼 이들 색이 짙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매니악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 블러드 할리의 마차 역시 그 범주에 정확히 속한다 (제목에 에로틱이란 글자가 들어가긴 해도 결코 야시시한 성인만화 잡지가 아니다).
주간도 월간도 아닌 이 격월간 잡지에서 시무라 씨의 만화는 계간이라 봐도 좋을 만큼 비정기 연재되어 왔지만, 마침내 이번 달에 단행본 한 권의 분량을 채우며 그 완결을 맞이했다.
이번 작품은 19세기 유럽을 무대로 하는 만큼, 무한의 주인이나 단편집 이사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데, 명문 집안 블러드 할리(Blood Harley) 가문에서 가극단 경영을 위해 각지 고아원으로부터 예쁘고 소질있는 아이들을 양녀로서 모으기 시작하고, 이 가문에 들어가는 게 고아원 소녀들의 꿈이 된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각 에피소드가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얼핏 단순해보이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도, 각 편의 구성능력을 보자면 어딘지 독자를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다. 결코 밝은 내용도 아니고 유머러스한 요소조차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극단적이거나 어둡지 않은 묘한 밸런스 속에서 재미를 주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한 편, 한 편이 10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작화적으로도 이미 최고점에 달했다고 느껴질 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며 전혀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는 건 역시 시무라 씨의 실력일 듯 싶다.
다만 주력작인 무한의 주인의 경우 일도류와 린의 이야기가 끝난 뒤 이어지는 카기무라와의 스토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고 있기에 조금 더 분발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이사 같은 코메디 작품을 다시 그려주시진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