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애니가 처음 방영을 시작했을 때 썼던 감상에서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식 설정에 노림수 캐스팅이지만 그 뻔함을 잘 갈고 닦았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끝까지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며 깔끔하게 완결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상연출 쪽에선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감독을 맡은 작품에선 비판도 많이 당해야 했던 나가이 감독님이었지만, 드라마 표현에 있어 멋진 실력을 보이며 명예를 확실히 만회하셨다고 보인다. 개성 있는 캐릭터 디자인을 이용해 그간 쌓아온 깔끔한 색감 및 작화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J.C.Staff의 실력 역시 잘 살아있는 편. 다만 잘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개인적 취향 때문에 내용 자체는 그냥 재밌게 즐길 수만은 없던 것도 사실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 애니의 장르는 어디까지나 학원 코메디가 아닌 학원 청춘 드라마다. 일본의 청춘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어른스러움을 뛰어넘어 서로의 마음과 인간관계의 모든 걸 꽤뚫어보면서도 그에 번뇌하는 인물들인데, 사춘기의 고민을 쉽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겠지만 이 작품에는 그런 인물들이 너무나 많이 등장했던 것.
고교생이면서도 이미 세상의 왕이 되어있는 학생회장은 무시하더라도, 키타무라, 쿠시에다, 아미 등 중심인물 대부분이 그런 캐릭터였는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조연의 역할에 충실했던 키타무라나, 사실은 가장 어른스런 대응을 하던 아미는 오히려 좋은 맛을 내줬다고 생각한다. 다만 쿠시에다의 밝고 플러스 사고로 가득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극단적일 만큼 자기완결적인 성격에서 느껴지는 혐오감은 아마도 아미가 쿠시에다에게 느끼는 감정과 유사할 것이다. 어쩌면 그게 주인공이 타이가와 이어져야 한다고 시청자가 느끼게 만드는 의도된 효과일지 모르지만, 이런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에 거북함을 느끼는 사람에겐 결코 기분 좋게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취향 문제로서, 오히려 이런 요소를 즐기는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다.
사실 타이가 또한 그 선상에 걸쳐있는 캐릭터지만, 중요한 장면에서 보여주는 순수함과 약한 모습이 그녀가 종반 직전까지 키타무라에게 보인 감정을 무마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는 등, 인물관계에 숨겨진 시청자의 감정을 유도하는 수많은 장치들은 호평해주기 충분하다. 물론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최종전개가 약간 갑작스러운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어리기에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도 주어주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밸런스와 훌륭히 제몫을 다해준 캐릭터들 및 재미 등, 전형성으로 가득 찬 라이트노벨의 애니화라도 이렇게까지 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고 평해주고 싶다. (89/100)